배준석 시인이 읽어주는 詩 . 103 -세워진 사람
 
 [2010-10-22 오후 12:04:00]

         세워진 사람


          이 진 명


   

  그는 2분 전에 세워진 사람

  지하철 출입구가 있는 가로

  어느 방향으로도 향하지 않고

  그는 2분 전에 속이 빠져나간 사람

  11월 물든 잎 떨어져 쌓인 갓길 하수구

  먼저 떨어진 잎 말라 구르고

  구르는 잎에 오후 남은 햇빛은 비추고

  리어카와 자전거와

  허름한 식당들의 골목이 있고

  서성거리는 짐꾼들이

  리어카와 자전거에 기대 팔짱을 끼고

  남은 햇빛을 쬐고 담배를 물기도 하고

  가게 앞 플라스틱 쓰레기통에선 흘러내린

  빈 캔과 우유팩 구겨진 빠닥종이

  리어카가 움직이고 자전거가 돌고

  자동차 밀고 들어와 좌우 회전을 하고

  지하에서는 수개의 환승노선이 혼교하고

  혼교하느라 뱉어낸 검은 숨이

  입구 근처에서 자옥이 남은 햇빛에 드러나고

  그는 2분 전에 뚝 끊겨 세워진 사람

  끝내 이별한 사람

  발이 없어진 사람

  이다지도 조용한 여기

  후세상의 지푸라기가 떠가고 있는 여기


  -------------------------------------


    만추의 낭만을 찾을 수 없는 비정한 도시풍경이 가슴을 더

  쓸쓸하게 한다. 그 풍경 속에 세워진 사람을 생각해 본다.

  잠시 스친 어떤 사람... 그렇게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

    11월에는 떠나간 사람이 더 그리운 것인가. 쓸쓸할 데 까지

  다 가면 그때 남는 것이 고작 지푸라기뿐인가. 그런 호사스런

  생각도 잠시, 다시 발길을 돌려보니 속이 빠져나간 사람들이

  바삐 사라진다. 채 2분도 서있지 않고... 11월도 그렇게 떠나갈

  것이다.  (배준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