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석 시인이 읽어주는 詩 100 - 갈대를 보면
 
 [2010-10-01 오전 11:18:00]

갈대를 보면

 

        배 준 석



  갈 때를 생각한다

  갈 때까지 가겠다는 오기 버리고

  이제 가야지 마음 비운다

  바람에 쉰 머리카락 날리며

  허허로운 들녘에 종일 서서

  발목 아직 젖었을지라도

  갈대를 보면

  갈 때를 깨닫게 된다

  가도 가도 끝없는 길

  가다가다 숨 막히는 길

  갈대는

  그 길에서 갈 때를 일러준다

  끝나는 길, 벗어나는 길

  그 길에 서면

  갈대가 빛나는 손 잡아준다

  잘 가라고 손 흔들어준다

  갈 때가 되었을 때

  생각의 뼈 가늘게 말려놓은

  갈대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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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석 시인이 읽어주는 詩」100회를 맞습니다. 돌아보니 평생 詩쓰며 다른 일에 크게 눈 주지 않고 살아 왔습니다. 초연하게 내 본분을 지키며 詩와 함께 살아 왔습니다.

 

그 기념으로 여러분에게 詩 한편을 전해 드립니다. 가을이 되면 이 詩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대표작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갈대’를 소리 내어 읽으면 ‘갈 때’가 된다는 데에서부터 이 詩는 시작 됩니다. ‘쉰’도 나이 ‘쉰’과 동음이의어입니다.

 

명예 좋아하고 권력 곁을 맴돌며 욕심 앞세우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 이 詩가 잠언이 되기를 바랍니다.

(배준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