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석 시인이 읽어주는 詩 92-마른장마
 
 [2010-07-23 오후 5:39:00]

마른장마


정 용 화


며칠째 비가 오지 않는데도  바람은 아파트 베란다에 이따금씩 타협조로 불어오고  지상의 밝은 빛을 달고 이파리마다 반짝이는   푸른잎 만개한 꽃잎, 프라스틱 나무 한 그루

 

어쩌자고, 여든의 어머니가 자꾸 물을 주신다. 손등에는 물기를 잃어가는 시간의 검은 발자국, 건조하다는 것은 가슴속에 균열 하나씩 만드는 것이다. 무심코 던진 질문에 사유도 없이 도달한 결론처럼 물관도 체관도 없이 최선을 다해 푸르고 있는, 그 나무는 프라스틱이라구요, 그래도 왠지 꽃 같다며 물을 주는 어머니, 프라스틱 나무에 새싹이 돋는 간절함으로 어머니 속에는 아직 더 피워내야 할 꽃이 살고 있나 보다. 피우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는 꽃도 있지만 시들지 않기 위해 오랜 시간 견뎌주는 꽃도 있는 것, 그 깊고 오래 된 침묵이 우듬지까지 닿아 있는 모성의 힘이다.

 

어머니, 이제 그만 저녁 드셔야지요  베란다 쪽으로 언뜻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액자 속으로 걸어 들어가   환하게 웃고 계신 어머니  그 시들지 않는 웃음소리가 납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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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장마와 프라스틱 나무 한 그루… 생명력이 사라진 메마른 풍경이다. 그러나 어머니가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된다. 어머니가 프라스틱 나무에 자꾸 물을 주는 것이다.

 

그런 행위는 모성의 힘을 깨닫게 해준다. 그런 어머니가 있었기에 모든 일들이 힘을 얻고 살아 있는 것이다. 마른장마에도 촉촉한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다. 액자에서 웃고 있는 어머니가 그리운 이유도 바로 그 힘 때문이다.

(배준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