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이 그립다
 정종기 성결대 교수/칼럼니스트/인간관계회복연구소장
 [2011-10-21 오후 6:54:00]

가을비가 제법 촉촉하게 내렸습니다. 가을비가 내리면  추위가 걱정 되지만 공중에 떠다니던 먼지들을 훔쳐내니 하늘은 더없이 맑아졌습니다. 그리고 가뭄 때문에 배추 속이 차지 않아 농부의 마음이 타게 했는데 해갈이 되었습니다.

 

서리가 내려야 캐는 고구마 밭에도 두둑이 갈라지며 커가는 고구마가 토실하게 맛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가난한 시절 고구마는 쌀 만큼이나 중요한 양식이었습니다.

 

따뜻한 여물을 끓이는 방에 뒤주를 만들어 그곳에 고구마를 보관하였습니다. 지금은 고구마가 다이어트 식품과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높아 쌀이나 보리보다 비싸, 귀한 대접을 받지만 가난한 시절에 흔한 고구마는 기피 음식 중에 하나였습니다.

 

추수를 인력으로 하던 시절 가을비가 내리면  농부들에게는 벼 포기를 뒤집어 주어야 하는 이중의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콤바인으로 논에 서 있는 벼를 베며 탈곡을 하고 나락 건조장으로 옮겨 말리거나 햇볕에 말려 창고에 보관하다 시기에 따라 도정하여 밥을 지으면 먹을 수 있으니 참으로 편해졌습니다.

 

전에는 모심고 논매고 추수할 때까지 동네 사람들이 품앗이를 통해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래서 논과 밭에 곡식들은 자식과도 같았습니다. 벼를 베고 추수하는 순서는 모심은 순서대로 이어졌습니다.


지금은 박물관이나 가야 볼 수 있는 홀태로 벼를 훑었는데 홀태는 무쇠 판을 가로 앞으로 휘어서 긴 빗살처럼 날을 갈라 만들어 두툼한 각목 앞에 붙이고 네 개 다리를 세워 양편에서 줄을 늘여 발판을 달아 한 발로 발판을 밟고 벼를 훑어내는 농기구입니다.

 

조금 발달한 추수방법이 동력을 이용한 탈곡기로 벼를 털어 내는 방법이었는데 추수는 공동 작업으로 거의 이루어졌습니다. 가을걷이를 할 때 수고한 사람은 어머니와 누이였습니다.


점심에 이어 새참 준비하고 가을이면 별미도 준비했습니다. 어머니의 갈치조림은 동네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손맛이었습니다. 논배미마다 쫓아다니며 메뚜기를 잡느라 시장한 아이들에게 밥을 더 먹을 수 있는 핑계가 되었습니다. 어린이들도 메뚜기 한철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신발에 펄이 주벽이 되어도 메뚜기를 잡는 재미로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들은 바쁘지만 잡아온 메뚜기를 기름에 튀겨 아이들에 나눠주는 행사는 단백질을 보충하는 기회로 전통처럼 여겼습니다.

 

들판에 일하는 농부들, 오후가 되면 노래 소리가 넋두리 같은 느낌이지만 추임새가 곁들어지면 신나는 풍년가로 바뀌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을에 동네사람들이 함께하는 노동은 소중한 이웃사촌이 되는 축제와 같았습니다.

 

비록 넉넉한 살림들은 아니지만 마음이 하나 되고 서로가 나누는 아름다움이 넉넉한 세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