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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준석 시인이 읽어주는 詩 90 - 겨울 파도

 안양광역신문사(aknews@paran.com)

 2010-07-02 오후 6:03:00  4632
- File 1 : 2010070218257.jpg  (31 KB), Download : 1357

 

 

 

겨울 파도

 

         정 인 순

 


중년의 사내들이 부르튼 맨발로 몰려온다
눈앞 가로막은 거대한 바위에 부딪혀
바위 틈바구니로 곤두박질친 사내들이
거센 바람에 밀치고 허우적거리며 몰려온다
바다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내들이
밀물처럼 휩쓸리며 몰려온다

일터를 얻지 못한 채
철퍼덕, 주저앉아버리면 어쩌나
모래밭 낙오자로 나뒹굴면 어쩌나
살얼음처럼 하얗게 발버둥치는 걱정 속
에서, 다시 일터를 찾아
막막한 바다로 나아가야 하는 이들
입에 거품 물고
맨몸 디밀어보지만
등을 떠미는 강풍 사그라지지 않는다

겨울바람이 핥고 지나간 바닷가
사각지대,
내동댕이쳐진 얼어붙은
길의 가닥들
허옇게 질린 몸 떨어대는 소리
서걱서걱 들려온다

 

한 여름에 ‘겨울 파도’ 를 읽는다. 분위기가 순식간 대조 관계다. 무더워 땀이 흐르는 때에 춥고 차가운 ‘겨울 파도’를 생각한다. 파도는 그대로지만 계절이 주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수영복을 입고 파도를 즐기는 여름 풍경 속에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겨울 이야기다. 그래서 한 여름에 쓸쓸한 겨울 詩 한 편을 꺼내 다시 읽어 본다.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느낌이다. (배준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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