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 앞을 지나며

        박 은 순  

               

초라한 옷을 걸치고
작은 공방 앞을 지나간다

굵고 가늘고 둥글고 판판한 몸집들
쓸모없이 버려진 나무토막을
쓰임새 찾아 결을 고르고 다듬는 그곳에
멈칫 걸음을 멈춘다

굳어버린 응어리 파내듯 살을 깍아내고
제 스스로 어쩌지 못해 스며들었을
이름 모를 축축한 일상 
지저깨비처럼 너절한 하루를 털어낸다

제자리 찾지 못해 삐져나온 갈등의 고리
뽑아내고 두드리는 요란한 망치소리에
스스로 놀라 짐짓 마음을 가다듬고
풀어 내지 못한 설익은 감정조차
칼 끝 스치며 반듯한 결을 찾는다
눈길을 사로잡는 상큼한 소품들
물끄러미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다 발길을 돌린다
그래 그거야,
겹겹이 몸을 휘감은 후줄근한 옷을 벗는다

 

 

6월을 맞는다. 지나간 날들의 사연과 앞으로 돌아올 날들을 가늠해 본다. 잘 살고 있는 것일까? 후회할 일은 없을까? 마음도 정리해 본다. 쓸데없는 욕심에 흔들리지 않았을까. 의로운 일에 망설임 없이 맞섰는가. 좋은 것이 좋다고 다 받아주며 줏대 없이 움직였는가. 또 되돌아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쌓인 군살이 있다면 미련 없이 깎아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뽑아내고 두드릴 것이 있다면 서슴없이 나서야 한다고 마음부터 가다듬는다. 공방 앞을 지나며 깨닫는 이치를 내 마음에 접목 시킨다.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