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기 성결대 교수/ 칼럼니스트/인간관계회복연구소장

 

가을 하늘을 바라다보면 눈이 시립니다. 맑은 햇빛이 가벼운 공기와 섞이면서 보드라운 쪽빛으로 변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쪽빛 가을은 단풍잎과 조화를 이룹니다. 단풍 길은 금강산을 지나 오대산을 넘고 소백산에 다다를 때 절정이라 합니다.

 

현관 앞 느티나무에도 조석으로 단풍이 달라집니다. 느티나무 잎들이 떨어져 낙엽 구르는 설움의 소리가 머지않았습니다.

 

산 아래 강냉이 섶 올린 오두막 굴뚝연기 하늘로 사라지듯 인생의 가을 지나면 말없이 살아질 때가 올 것입니다.

 

며칠 전 스티브 잡스가 많은 젊은이들을 울리며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젊은이들에게 회자되는 그의 말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럼 당신은 정말로 잃을 게 없다." 라는 말로 떠남에 대한 슬픔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나 봅니다.

 

눈이 시리도록 맑은 가을 하늘에서 살아온 인생에 대한 교훈을 비춰 봅니다. 단풍과 쪽빛하늘은 감사함의 두 손을 모으게 합니다.

 

단풍 들어 가을이 깊어지면 천둥벌거숭이 같은 인생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생각할 것입니다.

 

50여개 교도소와 구치소에 수용된 자들은 가을이 오는 것을 가슴으로 느낀다 했습니다. 그들은 순간의 잘못과 실수와 욕심 때문에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공익에 손해를 끼친 범법자가 되어 갇혀 지내는 사람들입니다.

 

죄는 밉지만 인간은 미움의 대상이 아니기에 그들에게 따스한 생각에서 자선 음악회가 태동케 된 것입니다. 가족들과 갇힌 자들에게 오른 손이 한 일 왼손이 모르도록 돕기 위한 음악회지만 벌써 여덟 해가 되었습니다.

 

성서에 바울의 "나는 복음을 전하는 자로서 사명을 받았습니다. 이제 나는 감옥에서 이 일을 합니다. 내가 옥중에서도 전해야 될 말씀을 담대하게 전파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라며 옥중에서 에베소 교회에 보낸 편지를 기억합니다.

 

바울과 견줄 수 없는 작은 일이지만 음지에서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자들에게 사랑과 감성을 회복하는 기회가 되도록 정성을 담은 음악회입니다.

 

대전에서 인천에서 그리고 서울과 안양에서 모인 자선음악회 단원들은 어린이들로부터 나이 많은 분들까지 사랑의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다양한 음악회가 있지만 숫자를 위한 음악회가 계속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당장 단원들까지도 하필이면 왜 수용자들인가라는 의구심이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교정선교회와 인간관계회복연구소가 마음을 합하니 서로가 큰 힘이 됩니다. 갇힌 자들도 이웃이기 때문에 회복하며 더불어 살아가야 합니다.

 

자선음악회를 통해 지원되는 도움은 미약하지만 시들어가는 미래의 희망에 생기를 불어 넣는 데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재소자를 위한 자선음악회는 사랑을 나누고 용서와 희망을 찾는 겸손함의 음악회가 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