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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서 무렵

 안양광역신문사(aknews@paran.com)

 2011-08-26 오후 5:21:00  4515
- File 1 : 20110826172241.jpg  (46 KB), Download : 1221

 

 

 

정종기 성결대 교수·칼럼니스트/인간관계회복연구소장

 

조석으로 얼굴에 닿는 바람이 상쾌합니다. 태양이 좋은 곳에 사뿐히 앉아 있는 잠자리는 가벼워진 구름과 닮았습니다. 느티나무에 앉아 울던 매미소리는 귀뚜라미 소리로 바뀌어갑니다.

 

봄에 풍요한 가을을 마음에 그리며 씨앗을 뿌렸고 여름엔 선선한 가을을 기다리며 김을 맸습니다. 올 여름 장마와 폭우는 정성스럽게 키우던 농작물을 할퀴고 지나갔습니다.

 

아름다운 서울이라 자부하던 강남대로가 호수가 되는 이변도 있었습니다.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에 밟히고 찢기고 아름다움을 치장하며 개발에 힘들고 지친 우면산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작은 산이나 큰 산이나 지나친 치장은 금물입니다. 상처 난 우면산에 풀벌레들이 위로하듯 울어냅니다. 처서의 초대장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가을을 알리려 합니다.

 

아픔의 고통을 당한 자연을 풀벌레들의 음악으로 치유하듯 어려움을 당한 이웃에게 조용한 사랑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처서무렵 심호흡을 하면 벌써 가을의 상큼을 맛볼 수 있는 송문헌의 「처서 무렵」을 적어봅니다.

 

 “뒤뜰 어디쯤이었을까/밤의 절벽을 울어쌓던 풀벌레,/군둥내나는 여름을, 완강하게 버티던 여름을/장사지내던 조곡 소리/들려온 그곳은/ 삼도내 어디 만큼서 달려오느라/저렇듯 여름은 온몸이 멍들었을까/밤새 뒤척이던 신새벽이 허공 천에 눈부시다/긴팔 셔츠를 꺼내 입는 가을사내/거울 속 하늘, 훤한 뒤통수 속살에 이는/바람이 서늘하다”

 

처서가 지나니 가을의 풀벌레가 여름내 축축했던 골방에도 가벼운 공기 드나들며 칙칙한 곰팡이를 몰아내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선선한 공기는 시계를 빠르게 돌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아마도 태풍과 홍수, 산사태로 생채기 난 마음을 빠르게 지나가도록 하는 섭리입니다. 처서 무렵은 여름에 함께 땀 흘리며 수고한 이웃과 마음을 나누며 이웃사촌의 따스함을 느끼는 계절입니다.


귀뚜라미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사모곡이 되고 사부곡이 되어 귓전에 맴돌아 부모님 묘소의 벌초를 생각토록 합니다. 가을은 웃자라던 풀들도 성장이 멈추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서서히 풀들이 까칠해지고 엽록소가 탈색되는 아픔을 맞습니다.

 

이는 가을이 온다는 신호입니다. 하늘이 높아지는 것은 공기가 건조한 것이 원인이지만 고향이 그리워 푸르른 하늘이 큰 거울 되어 마음의 고향을 비춰주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처서의 무렵 하늘 높은 것은 허리를 펴고 감사함을 깨닫게 함이요, 푸르른 하늘은 내일의 주인공들에게 꿈을 크게 가지길 염원함이며, 풀벌레 소리는 이웃을 사랑하며 배려하라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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